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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 금요일-허무의 끝에서 만나는 새로운 시작

5월 8일 금요일-허무의 끝에서 만나는 새로운 시작

 

전도서 12장 8절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

 

1. 오늘도 말씀 묵상을 통해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도우심의 은혜가 충만하시어 한 주간의 일상을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2. 어제 묵상에서 우리는 전도서의 마지막 결론의 말씀이, 전도서를 처음 시작하였던 구절과 똑같은 말씀이라는 사실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오늘 묵상은 어제 미처 다루지 못한 내용을 이어가겠습니다.

 

3. 전도서 1:1-2 다윗의 아들 예루살렘 왕 전도자의 말씀이라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4. 전도서 12:8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

 

5. 전도자는 왜 전도서를 마치면서 처음과 같은 말씀을 반복한 것일까요?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전도자가 의도적으로 계획한 것입니다. 이것을 문학에서는 수미쌍관(inclusio) 구조라고 합니다.

 

6. 수미쌍관이란 처음과 끝을 같은 문장으로 감싸면서 그 안의 모든 내용이 하나의 완결된 메시지를 이루게 하는 문학 방식입니다.

 

7. 그렇다면 전도자는 왜 전도서 전체를 “헛되고 헛되도다”로 시작해서 "헛되고 헛되도다"로 끝마친 것일까요? 이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8. 전도서 1장 2절의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는 전도자의 선언은 인생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자의 고백이었습니다. 전도자는 인생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니 참 덧없다는 것이 이론적인 출발이었죠.

 

9. 하지만 전도서 12장 8절의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는 전도자의 선언은 전도서 1장부터 11장까지의 모든 실험 즉 쾌락, 사업, 지혜, 수고, 죽음을 온몸으로 통과한 증언자의 고백입니다.

 

10. 처음과 끝의 선언은 똑같지만, 그 안에 담긴 고백의 무게는 전혀 다릅니다. 이것은 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 아닙니다.

 

11. 비록 헛되다는 같은 결론에 도달했지만, 전도서 마지막의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는 고백은 한 단계 더 깊은 차원으로 올라선 '나선형'의 마침표입니다.

 

12. 전도자는 이러한 의도적인 반복을 통해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론으로 머리로만 알고 있던 인생의 허무와 헛됨을 우리의 실제 삶으로 체험했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13. 전도서 1장의 헛됨은 질문하는 자의 언어입니다. 전도자는 지혜를 탐구하고, 쾌락을 추구하고, 수고하고, 성취하고, 관찰했습니다.

 

14. 그리고 그 모든 것 끝에서 외쳤습니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 이것은 상처받은 탐험가의 울부짖음입니다. 기대했던 것을 찾지 못한 자의 실망입니다.

 

15. 그러나 전도서 12장의 헛됨은 깨달은 자의 언어입니다. 전도자는 죽음을 알고, 심판을 알고, 창조주를 압니다. 전도자는 근심을 버리고 악을 물리치는 법을 말했고, 청년의 때에 창조주를 기억하라고 외쳤습니다.

 

16. 이 모든 여정을 마친 후 다시 말합니다. "모든 것이 헛되다." 이것은 지혜자의 고요한 선언입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된 사람의 담담한 인정입니다.

 

17. 같은 음표라도 초보자가 치는 음과 노련한 연주자가 치는 음은 다릅니다. 처음의 헛됨은 불협화음이었고, 마지막의 헛됨은 모든 것을 품은 화음입니다.

 

18. "모든 것이 헛되다"라는 전도자의 최종 결론은 언뜻 보면 허무주의의 늪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거룩한 비워냄(Kenosis)이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말씀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19. 헛됨은 집착의 끝이기 때문입니다. 무언가가 헛되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그것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게 됩니다.

 

20. 명예가 헛됨을 알면 명예에 목숨 걸지 않아도 됩니다. 재산이 헛됨을 알면 재산을 위해 이웃을 희생시키지 않아도 됩니다. 집착이 끝나는 자리에서 진정한 자유가 시작됩니다.

 

21. 헛됨은 방향 전환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전도자는 헛되다고 선언하는 동시에 그러므로 창조주를 기억하라고 선언합니다.

 

22. 헛됨의 선언은 목적지를 잃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목적지에서 떠나 바른 방향을 찾게 합니다.

 

23. 안개 낀 길에서 방향을 잃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나침반을 꺼내 듭니다. 헛됨은 창조주라는 나침반을 찾게 하는 경험입니다.

 

24. 헛됨은 현재를 발견하게 합니다. 미래에 집착하거나 과거에 얽매인 사람은 현재를 잃어버립니다.

 

25. 그러나 모든 것이 헛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합니다. 영원할 것 같은 것이 없기에, 지금 눈앞의 사람이 더 소중해집니다.

 

26. 지금 먹는 밥 한 끼가 더 감사해집니다. 지금 부는 바람이 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헛됨을 아는 사람에게 지금, 이 순간은 새로운 선물이 됩니다.

 

27. 헛됨은 하나님의 충분함을 발견하게 합니다. 세상의 것이 헛되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세상의 것이 아닌 것을 찾게 됩니다.

 

28. 그리고 그 자리에서 창조주 하나님을 만납니다. 헛됨은 하나님을 향한 갈망의 시작입니다.

 

29. 그래서 모든 것이 헛되다는 사실을 머리가 아닌 실제로 경험하고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의 삶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갑니다.

 

30. 모든 것이 헛되다는 것을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은 남과 비교하는 삶을 살지 않습니다. 남보다 더 가지려 하고, 더 높아지려 하며, 더 인정받으려는 경쟁에서 한발 물러섭니다.

 

31. 모든 것이 헛되다는 것을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은 미루지 않습니다. 인생이 짧고 헛되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 해야 할 일을 다음으로 미루지 않습니다.

 

32. 사랑을 내일로 미루지 않습니다. 용서를 언젠가로 미루지 않습니다. 감사를 조건이 갖추어진 후로 미루지 않습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선한 일을 오늘 합니다.

 

33. 모든 것이 헛되다는 것을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은 가볍게 삽니다. 헛된 것들을 쌓아두지 않습니다. 필요 없는 것을 놓아버릴 수 있습니다.

 

34. 삶의 무게가 줄어들면서 진정 중요한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창조주를 기억하며, 이웃을 사랑하며, 오늘을 감사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충분한지를 알게 됩니다.

 

35. 이 땅에서 쌓으려 했던 것들, 이루려 했던 것들, 인정받으려 했던 것들이 헛됨을 알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로워집니다. 그 자유가 이민의 고단함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됩니다.

 

36. 전도자의 마지막 선언이자 고백인 "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 역설적이지만 헛되다는 것을 알고 사는 하루는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함께 드리는 기도〉

창조주 하나님 아버지, 이 땅에서 영원할 것처럼 움켜쥐었던 성공과 명예가 결국 한 줌 숨결에 불과함을 정직하게 고백합니다. 이 거룩한 비워냄의 시간 후에, 우리 영혼이 텅 빈 절망에 머물지 않게 하시고 오직 주님의 영원한 사랑과 은혜로 그 빈자리를 채워주옵소서. 이민의 고단한 삶 속에서 우리를 짓누르던 집착의 무게를 내려놓고, 오늘 주신 햇살과 오늘 만난 이웃을 하나님의 선물로 여기며 가볍고 즐겁게 걸어가는 지혜를 허락하옵소서. 우리의 시작이자 마침표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자유교회 이진우 목사

jayoochur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