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목요일-조급함을 멈출 때 보이는 주님의 때
요한복음 2:4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
1. 오늘도 새로운 하루를 시작합니다. 우리의 조급함보다 깊고, 우리의 계획보다 선하신 주님의 뜻을 신뢰하며 살아가는 복된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2. 어제 묵상에서 우리는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졌을 때 예수님의 어머니가 그 부족함을 조용히 예수님께 가져간 말씀을 살펴보았습니다.
3. 그런데 도움을 기대하며 찾아온 어머니에게 예수님께서는 뜻밖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4. 요2:4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
5. 얼핏 이 말씀은 차갑고 무례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어머니에게 “여자여”라고 부르는 것도 낯설고, “나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라는 대답은 도움을 거절하는 말처럼 들립니다.
6. 이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오늘 우리의 말투가 아니라 당시의 언어와 요한복음 전체의 흐름 속에서 읽어야 합니다.
7. 먼저 예수님께서 사용하신 “여자여”라는 호칭은 여성을 낮추거나 모욕하는 말이 아니라, 정중하게 사용할 수 있는 호칭이었습니다.
8. 예수님께서는 사마리아 여인에게도 같은 호칭을 사용하셨고, 부활하신 뒤 막달라 마리아에게도 “여자여”라고 부르셨습니다. 십자가 위에서도 어머니를 향해 같은 호칭을 사용하셨습니다.
9. 그러나 “여자여”라는 호칭은 아들이 자신의 어머니를 부르는 것과는 분명히 거리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왜 어머니를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고 “여자여”라고 부르셨을까요?
10. 어머니에 대해 여자여 부른 것은 예수님의 공적인 사명이 혈연관계나 가족의 기대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11. 이것은 예수님께서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으셨다는 뜻이 아닙니다. 십자가 위에서조차 어머니의 남은 삶을 염려하여 사랑하는 제자에게 맡기신 분이 예수님입니다.
12. 다만 이제부터는 그 누구도 혈연과 친분을 앞세워 예수님의 사명과 행동을 결정할 수 없음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13. 교회 안에서도 우리는 가족 관계나 친분을 하나님의 뜻보다 앞세울 때가 있습니다. 내 가족, 내 친구, 나와 가까운 사람의 요구라면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4. 그러나 예수님은 혈연과 친분을 무시하신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는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에 자신을 맡기셨습니다.
15. 이어지는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라는 예수님의 말씀도 무관심이나 냉정한 거절을 뜻하지 않습니다.
16. 이 말은 당시 사용되던 관용적인 표현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는 당신과 나의 관점과 역할은 같지 않습니다”라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17. 다시 말해 예수님께서는 어머니의 말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시는 분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이루시는 분이심을 나타내신 것입니다.
18. 하지만 예수님은 혼례 집안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잔치에 처음 내놓았던 것보다 더 좋은 포도주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19. 따라서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라는 예수님 말씀을 사람들의 문제나 어려움에 관심이 없다는 차가운 거절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20. 예수님께서 거리를 두신 것은 사람이 겪는 고통이나 아픔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역을 인간의 필요와 시간표에 맞추려는 기대였습니다.
21. 우리도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주님을 내 계획과 소원을 이루어 주는 분으로만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22. 내가 원하는 직장, 내가 원하는 건강, 내가 원하는 자녀의 미래, 내가 원하는 교회의 모습을 정해 놓고 주님께 그대로 이루어 달라고 요구합니다.
23. 예수님은 우리의 주문을 수행하는 분이 아니라, 우리보다 더 크고 선하신 하나님의 뜻을 이루시는 주님입니다.
24. 이어서 예수님께서는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25.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의 때는 십자가에서 자신을 내어 주심으로 하나님의 사랑과 영광을 드러내고, 죽음을 넘어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를 가리킵니다.
26. 따라서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않았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27. 가나의 표적은 예수님의 때가 이미 완성되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장차 십자가에서 완성될 영광을 미리 보여주는 작은 창문과 같습니다.
28. 우리는 종종 내 삶의 포도주가 떨어졌으니 주님께서 당장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채워 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정한 날짜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나를 잊으셨다고 낙심합니다.
29. 이민 생활에서는 기다림이 더욱 힘겹습니다. 신분 문제, 취업의 문, 자녀의 변화, 가족의 회복을 기다리다 보면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30. 하지만 믿음의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수동적인 체념이 아닙니다. 오늘 내가 해야 할 사랑과 책임을 다하면서도, 결과를 억지로 통제하려는 집착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31. 더 나아가 주님의 때를 기다린다는 것이 불의와 차별을 무조건 참고만 있으라는 뜻도 아닙니다.
32. 필요한 도움을 구하고 정의로운 변화를 위해 행동하면서, 동시에 모든 것을 내 힘으로 완성하려는 교만을 내려놓고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33. 때로는 상황이 바뀌기 전에 하나님께서 먼저 우리를 변화시키십니다. 조급함을 내려놓을 때, 기다림 속에서도 우리의 마음과 관계를 새롭게 하고 계시는 주님의 손길을 보기 시작합니다.
34. 응답의 지연이 언제나 하나님의 거절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는 모든 일이 반드시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뜻도 아닙니다.
35. 십자가와 부활이 보여주는 약속은 내 계획이 모두 성공한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실패와 죽음도 하나님의 사랑을 끝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36. 믿음은 주님을 나의 시간표 안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시간과 계획을 주님의 사랑 안에 맡기는 것입니다. 오늘도 조급함을 내려놓고, 지금 해야 할 사랑과 책임의 한 걸음을 내디딥시다.
<함께 드리는 기도>
우리의 조급함보다 깊고 우리의 계획보다 선하신 주님, 주님을 내 뜻과 시간표에 맞추려 했던 어리석음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응답이 더딜 때 버림받았다고 낙심하지 않게 하시고, 십자가와 부활로 드러난 주님의 사랑을 신뢰하게 하옵소서. 기다림 속에서도 오늘 해야 할 사랑과 책임을 외면하지 않으며, 주님의 때에 맞추어 믿음으로 살아가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자유교회 이진우 목사
jayoochur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