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5일 수요일-나중에야 깨달은 거룩한 열심
요한복음 2:17
제자들이 성경 말씀에 주의 전을 사모하는 열심이 나를 삼키리라 한 것을 기억하더라
1. 오늘도 새로운 하루를 시작합니다. 우리의 열심이 다른 사람을 상하게 하는 불길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고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사랑이 되기를 바랍니다.
2. 어제 묵상에서 우리는 성전에서 동물들을 내보내고, 환전상의 돈을 쏟으며, 상을 뒤엎으신 예수님의 모습을 살펴보았습니다.
3. 예수님께서 뒤엎으신 것은 단지 나무로 만든 상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사람보다 돈과 제도와 조직의 유지가 더 중요해진 종교적 질서를 흔드신 것입니다.
4. 오늘 묵상하는 말씀은 예수님의 모습을 바라본 제자들의 반응을 전하는 말씀입니다.
5. 요2:17 제자들이 성경 말씀에 주의 전을 사모하는 열심이 나를 삼키리라 한 것을 기억하더라
6. 제자들은 예수님의 행동을 보고 구약성경의 한 말씀을 기억했습니다. 그들이 기억한 말씀은 시편 69편입니다.
7. 시69:9 주의 집을 위하는 열성이 나를 삼키고 주를 비방하는 비방이 내게 미쳤나이다
8. 제자들이 떠올린 시편 69편은 하나님을 향한 신실함 때문에 조롱과 고난을 겪는 의인의 기도입니다.
9. 시편 69편의 저자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주님의 집을 소중히 여겼지만, 그 열심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의 비난과 적대에 둘러싸였습니다.
10. 제자들은 성전에서의 장사와 환전으로 성전의 타락한 질서를 뒤엎으시는 예수님을 보며 바로 이 말씀을 떠올린 것입니다.
11. 성전에서 제자들이 본 예수님의 모습은 매우 충격적인 장면이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감히 누구도 함부로 도전하지 못하는 성전 체제를 향해, 예수님이 채찍을 들고 짐승을 내쫓고 상을 엎은 것입니다.
12. 당시 성전 체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일은 금기시되었습니다. 부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누구도 함부로 따지지 못했습니다.
13. 그런데 예수님이 보이신 행동은 목숨을 건 행동이었습니다.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것을, 제자들도 그 순간 분명히 느꼈을 것입니다.
14. 그래서 제자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바로 “주의 전을 사모하는 열심이 나를 삼키리라”라는 시편의 말씀이었던 것입니다.
15. 나를 삼키리라는 표현은 단순한 열정을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그 열심이 앞으로 예수님께 적대와 고난을 불러올 것을 암시합니다.
16. 제자들은 예수님의 행동에서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하나님의 집을 회복시키려는 강렬한 사랑을 보았던 것입니다.
17.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드러나듯, 성전을 향한 예수님의 열심은 요한복음 전체의 흐름에서 결국 십자가 사건으로 이어집니다.
18. 물론 그날 제자들은 그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다만 시편의 한 구절을 떠올리며 지금 일어난 일이 보통 일이 아님을 어렴풋이 느꼈을 뿐입니다.
19. 요한은 이 장면의 끝에서 제자들이 성경 말씀을 “기억하더라”라고 기록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그 순간 사건의 모든 의미를 이해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20.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특별히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지난 뒤에야 제자들은 이 사건의 의미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21. 요한복음 2장 후반부에도 오늘 묵상하는 말씀과 비슷한 표현이 다시 등장합니다.
22. 요2:22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후에야 제자들이 이 말씀하신 것을 기억하고 성경과 예수께서 하신 말씀을 믿었더라
23. 믿음은 이처럼 시간을 두고 자라 갑니다. 어떤 사건을 보는 순간 모든 의미를 다 깨닫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그 사건의 진짜 무게를 점점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24. 이것은 우리의 신앙생활도 그러합니다. 지금 우리가 겪는 일 가운데 어떤 것은 그 순간에는 이해되지 않습니다.
25.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삶은 오직 뒤를 돌아볼 때만 이해될 수 있지만, 반드시 앞을 향해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6. 우리의 신앙 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어려움이 닥쳤는지 당장은 알 수 없지만, 묵묵히 앞을 향해 걸어가다 보면, 훗날 그 시간 속에서 우리를 붙들어 주신 은혜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27. 이민 생활의 많은 순간이 그렇습니다. 낯선 땅에서 겪은 외로움과 혼란, 자녀를 키우며 겪은 갈등, 교회를 섬기며 감당한 어려움이 당시에는 그저 버텨야 할 시간으로만 느껴졌을 수 있습니다.
28.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면, 그 시간이 우리를 더 깊은 믿음으로, 더 넓은 이해로 이끌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가 있습니다.
29. 제자들이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다 깨닫지 못했다고 해서 그들의 믿음이 거짓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30. 비록 예수님의 행동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도망가지 않고 예수님과 함께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사건을 마음에 담아 두었다는 것 자체가 믿음의 한 모습이었습니다.
31. 우리 역시 모든 것을 다 이해해야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은 이해되지 않는 일도 마음에 담아 두고, 주님과 함께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이 믿음입니다.
32. 또한 오늘 묵상하는 말씀은 우리에게 주의 전을 사모하는 열심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그것은 단지 열정적인 신앙생활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33. 우리는 종종 나의 의로움을 증명하고 남을 정죄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삼키는 폭력적인 열심을 신앙이라고 착각합니다.
34. 그러나 예수님의 열심은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희생시키는 불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내어 주는 사랑과 회복의 불길이었습니다.
35. 우리 교회에도 이런 열심이 필요합니다. 이 열심은 자신의 의로움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본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사랑이어야 합니다.
36. 오늘 우리도 당장 이해되지 않는 일들을 마음에 잘 담아 두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시간이 지나 그 의미가 드러날 때, 우리는 주님이 그 모든 순간에 함께하셨음을 다시 깨닫게 될 것입니다.
<함께 드리는 기도>
선한 목자 되신 하나님 아버지, 모든 것을 즉시 이해하려는 조급함을 내려놓고 말씀을 마음에 간직하며 주님과 함께 걷게 하옵소서.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을 성급히 뜻풀이하지 않게 하시고, 그 시간에도 우리를 버리지 않으시는 주님을 신뢰하게 하옵소서. 다른 사람을 삼키고 상처 입히는 열심을 버리게 하시며, 사람을 살리기 위해 사랑과 정의의 책임을 감당하신 예수님의 열심을 품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자유교회 이진우 목사
jayoochurch.com